1. 이성지합
이 때 춘향이 추파를 잠깐 들어 이 도령을 살펴보니 이 세상의 호걸이요, 진세의 기남자였다. 이마가 높았으니 소년공명할 것이고, 이마와 턱과 코와 좌우의 광대가 조화를 이루었으니 보국충신될 것이니, 마음에 흠모하여 아미를 숙이고 무릎을 여미며 단정히 앉을 뿐이었다. 이 도령이 입을 열어, “성현도 성이 같으면 장가가지 않는다 하였으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성은 성씨옵고 나이는 열어섯이로소이다.” 이 도령의 거동 보라. “허허 그 말 반갑구나. 네 나이 들어 보니 나와 동갑 이팔이요, 성씨를 들어 보니 나와 천정연분 분명하고나. 이성지합 좋은 연분 평생 동락하여 보자. 너의 부모 다 계시냐?” “편모 슬하로소이다.” “몇 형제가 되느냐?” “육십 당년 나의 모친 무남독녀 나 하나요.” “너도 남의 집 귀한 딸이로구나. 천정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만년락을 이뤄보자.” 춘향이 거동 보라.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어 가는 목쪽으로 겨우 열고 옥성으로 말하는 것이렷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천첩이오라, 한번 정을 맡긴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수공방 홀로 누워 우는 한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가 알랴, 그런 분부 다시는 마옵소서.” 이 도령 이른 말이, “네 말 들어 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인연 맺을 때 금석맹약 맺으리라. 네 집이 어데냐?” 춘향이 여짜오되, “방자 불러 물으소서.” 이 도령 허허 웃고, “내 너더러 묻는 말이 허황하고나. 방자야!” “예!” “춘향의 집을 네 일러라.” 방자 손을 넌지시 들어 가리키는데, “저기 저 건너, 동산은 울울하고 연못은 천정한데, 양어생풍하고 그 가운데 기화요초(화초) 난만하여 나무에 앉은 새는 호사를 자랑하고 바위 위의 굽은 솔은 청풍이 건 듯 부니 늙은 용이 꿈틀거리는 듯, 집 앞의 버드나무, 유사무사 같은 양류 가지요, 들쭉, 측백, 전나무며, 그 가운데 은행나무는 음양을 따라 마주 서고, 초당 문전에 오동, 대추나무, 깊은 산중 물푸레나무, 도포, 다래, 으름 덩굴 휘휘친친 감겨 담장 밖에 우뚝 솟았는데 송정, 죽림 두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것이 춘향의 집이오이다.” 도련님 이른 말이,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울울하니 여자의 행실을 가히 알 만하고나.” 춘향이 일어나며 부끄러이 말하기를, “시속 인심 고약하니 그만 놀고 가겠내다.” 도련님 그 말 듣고, “기특하다. 그럴 듯한 일이로다. 오늘 밤 너의 집에 갈 터이니 괄시나 부디 마라.”
2. 책실낭독
이 때 도련님이 춘향을 애연히 보낸 후에 잊을 수 없는 생각 둘 데가 없어 책방으로 돌아와 만사에 뜻이 없고 다만 생각은 춘향뿐이었다. 말소리 귀에 쟁쟁하고, 고운 태도 눈에 삼삼하여 해 지기만 기다리는데 방자를 불러, “해가 어느 때가 되었느냐?” “동쪽에 이제 아귀 트나이다.” 도련님이 크게 노하여, “괘씸한 사람! 서로 지는 해가 동으로 도로 가랴. 다시금 살펴보라.” 이윽고 방자 여짜온데, “해는 떨어져 함지(태양이 목욕하는 곳)에 황혼이 되고 달은 동령에 솟사옵니다.” 저녁밥이 맛이 없어 전전반측 어이하리. “퇴령을 기다리라.” 하고 서책을 보려 할 제, 책상을 앞에 놓고 서책을 읽어가는데 중용, 대학, 논어, 맹자, 서전, 주역이며 고문진보, 통사략과 이백, 두시, 천자까지 내어 놓고 글을 읽는데 시전이라. “관관저구 재하지주요, 요조숙녀는 군자호구로다.” “서로 소리를 바꾸어 우는 정경이 새는 물가에서 노니는 도다. 아름다운 여인은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대학을 읽는데, “대학의 길은 명명한 덕에 있으며 신민에게 있으며 춘향에게도 있도다. 그 글도 못 읽겠다.” 주역을 읽는데, “원은 형, 코 정고, 춘향이 코는 딱 댄 코 좋고 하니라. 그 글도 못 읽겠다.” “등왕각이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는 신부로다. 옮다. 그 글 되었다.” 맹자를 읽을 새, “맹자께서 양혜왕을 보신대 왕왈 수 천리를 머다 않고 온다 하시니 춘향이 모사려 오시니까?” 사략을 읽는데, “태고라 천황씨도 이 쑥떡으로 왕하며 세기섭제하니 무위이화하시다 하여 형제 십일 인이 각각 일만 팔천 세를 누리시다.” 방자도 여짜오되, “천황씨가 목덕으로 왕이란 말은 들었으되 쑥떡으로 왕이란 말은 금시초문이오.” “넌 모른다. 천황씨는 일만 팔천 세를 살던 양반이라 이가 단단하여 목덕을 잘 자셨거니와 시속의 선배들은 목떡을 먹겠느냐? 공자님께옵서 후생을 생각하사 명륜당에 현몽하고 ‘시속 선배들은 이가 부족하여 목떡 못먹기로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하라’ 하여 삼백육십 주 향교에 통문하고 쑥떡으로 고쳤느니라.” 방자 듣다가 말하되, “여보, 하느님이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 말도 듣겠습니다.” 또 적벽부를 들여 놓고, “임술 지추 칠월 기망에 소자가 객으로 더불어 배를 띄워 적벽의 아래에 놀 새 청풍은 서서히 불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이글은 김대수 pc통신으로 본 춘향전을 참고했고 이에게 모든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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