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대퇴기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 금고옥적은 요순의 태평시절이요, 의관과 문물은 우 임금과 탕 임금의 버금이라. 좌우 보필은 주석지신이요, 용양호위(무관, 정삼품)의 각위에는 간성지장이라. 조ㅓㅈㅇ에 흐르는 덕화, 향곡에 퍼졌으니 사해에 굳은 기운이 원근에 어리어 있더라. 충신은 조정에 가득하고 효자와 열녀는 가가재라. 미재미재라. 우순풍조하니 함포고복 백성들은 처처에 격양가라. 이 때에 남원부에 월매라 하는 기생이 있으되, 삼남의 명기로써 일찍이 퇴기하여 성씨라는 양반을 데리고 세월을 보내니, 나이 바야흐로 사십이 넘었으나 일점혈육이 없어 이로 한이 되어 장탄수심의 병이 되겟구나. 일일은 크게 깨쳐 옛 사람을 생각하고 남편을 청입하여 공손히 하는 말이, "들으시오. 전생에 무슨 은혜를 끼쳤던지 이생에 부부되어, 창기 행실 다 버리고 예모도 숭상하고 길쌈도 힘썻건만 무슨 죄가 이리 많아 일점혈육 없으니, 육친무족 우리 신세 선영의 향화 뉘 받들며, 죽은 뒤의 감장을 어이하리. 명산대찰에 불공이라도 드리어 남녀간 낳기만 하면 평생의 한을 풀 것이니 당신의 뜻은 어떠하시오." 성 참판 하는 말이, "일생 신세 생각하면 자네 말이 당연하나, 빌어서 자식은 낳을진댄 자식 없을 이 뉘 있으리오." 하니 월매 대답하되, "천하 대성 공자님도 이구산에 빌으시었고, 정나라 정자산은 우형산에 빌어서 낳았으며 우리 동방의 강산을 이룰진대 명산대찰이 없을쏘냐. 경상도 웅천의 주천의는 늙도록 자녀 없어 최고봉에 빌었더니 대명천자 나 계시사 대명천지 밝았으니 우리도 정성이나 드려 보사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나무가 꺾일쏜가."
2. 선아환생
이 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하고 명산승지 찾아갈 때 오작교 썩 나서서 좌우 산천 둘러보니, 서북의 교룡산은 서북방을 막아 놓고, 동으로는 장림(남원근교에 있는 숲 이름) 수풀 깊은 곳에 선원사 은은히 보이고, 남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한데, 그 가운데 요천수는 일대장강 풀느 물 되어 동남으로 둘렀으니 별유 건곤이 여기로다. 푸른 숲을 더위잡고 산수를 밟아 들어가니 지리산이 예였구나. 반야봉 올라서서 사면을 둘러보니 명산대천이 완연하다. 상봉에 단을 모아 제물을 차려 놓고, 단 아래 엎드려서 천신만고 빌었더니, 산신님 덕이신지 이 때가 오월 오일 갑자시였는데, 한 꿈을 얻었으니 서기 서리면서 오색이 영롱하더니 일위 선녀가 청학을 타고 오는데, 머리에는 화관이요, 몸에는 고운 옷을 입었다. 월패 소리 쟁쟁하고 손에 계화 한 가지를 들고 당에 오르며 손 들어 길게 읍하고 공손히 여짜오되, "낙포(낙수의 여신)의 딸이었는데 하늘 복숭아를 진상하고자 옥경(옥황상제의 수도)에 나아갔다가 광한전에서 적송자를 만나 정회를 다 풀지 못하고 있을 즈음, 때에 늦었음이 죄가 되어 옥황상제께서 크게 노하시어 인간세계로 내쫓으시매 갈 바 아지 못하였더니, 두류산(지리산의 다른 이름) 신령께서 부인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하며 품으로 달려들 새, 학의 높은 울음소리는 그의 목이 긴 까닭이라. 학의 울음에 놀라 깨니 실로 남가일몽(허황된 꿈)이라. 황홀한 정신을 진정하여 바깥양반과 꿈 이야기를 말하고, 천행으로 남아가 태어날까 기다렸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열 달이 차매, 하루는 향기가 방 안에 가득하며 오색구름이 빛나는데 혼미한 가운데 아기를 낳으니 한 알의 구슬 같은 딸이더라. 월매의 일구월심 그리던 마음에 아들은 아니지만 그만한 대로 소원을 이룬 셈이더라. 그 사랑하는 정경은 어찌 다 말하리오. 이름을 춘향이라 부르면서, 손에 잡은 보옥같이 길러 내니 효행이 비길 데 없고 어질고 착하기 기린과 같더라. 칠팔 세가 되매 글 읽기에 마음을 붙여 예모정절을 일삼으니, 춘향의 효행을 남원읍에서 칭송하지 않은 이 없더라. 이 때 삼청동 이한림이라는 양반이 있었으니 그 때의 명가요, 충신의 후손이라. 하루는 전하께옵서 충효록을 올려 보시고, 충신과 효자를 가려내시어 지방관으로 임명하시는데, 이한림으로 하여금 과천 현감에서 금산 군수를 제수하시었다가 다시 남원부사를 제수하시니, 이한림이 사은하여 절하며 임금을 하직하고 내행을 데리고 남원부에 도임하여 민정을 살피니, 사방에 일이 없고 지방의 백성들은 더디 옴을 칭송하더라. 태평세월을 노래하는 노랫가락이 들리어 오고 시화풍년하고 백성이 효도하니 중국의 요임금, 순임금 시절이라. 이 때는 어느 때냐 하면 놀기 좋은 화창한 봄날이라. 제비와 나는 새들은 서로 수작하고 짝을 지어 쌍쌍이 날아들고 온갖 춘정을 다투는데, 남산에 꽃이 피니 북산도 붉어졌다. 천사만사의 수양버들 가지에 꾀꼬리는 벗을 부른다. 나무와 나무는 숲을 이루고 두견새, 접동새는 다 지나가니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 이글은 김대수 춘향전을 참조했고 모든 저작권은 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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