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청아석별], [광풍편운]
1. 청아석별
애고 애고 슬피 울 때, 이 도령 하는 말이, “춘향아, 우지 마라. 부술소관 첩재오(남편은 수관에 수자리살이 가 있고, 아내는 오나라에 남아있다는 뜻)라. 소란의 부소들과 오나라 정부(출정한 군인의 아내)들도 동서쪽에 간 임이 그리워 규중심처 늙어 있고, 정객관산 노기중(출정군인은 아내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에 관산의 정객이며 녹수부용 연뿌리를 캐는 여자 부부신정이 두텁다가 달빛 어린 가을 산이 고요한데 연은 키어 임 생각하니 나 올라간 뒤에라도 창 앞에 달 밝거든 천리상사 부디 마라. 너를 두고 가도 내가 일일 평분 십이시를 어이 무시하랴.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춘향이 또 우는 말이, “도련님 올라가면 살구꽃 피고 봄바람 부는 거리거리마다 보시나니 미색이요, 곳곳에 풍악소리 간 곳마다 화월이라. 호색하신 도련님 주야로 호강하실 때에 나같은 먼 시골 천첩이야 손톱만치나 생각하오리까? 애고 애고 내 일이야!” “춘향이 우지 마라. 한양성 남북촌에 옥 같은 여자와 아름다운 여자가 많건마는 규중심처 깊은 정 너밖에 없었다. 내 아무리 대장부인들 잠시인들 잊을쏘냐?” 서로 피차 기가 막혀 영영 이별 못 떠나는 것이었다. 도련님을 모시고 갈 후배 사령이 나올 때에 헐떡헐떡 들어오며, “도련님 어서 행차하옵소서. 안에서 야단났소. 사또께옵서 ‘도련님 어디 갔느냐?’ 하옵기에 소인이 여쭙기를, ‘놀던 친구 작별하려고 문 밖에 잠깐 나갔습니다’ 라고 하였사온즉 어서 행차하옵소서.” “말 대령하였느냐?” “말 마침 대령하였소.” 백마는 가자고 하여 길게 울고 청아는 석별을 이기지 못하여 옷을 잡는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데 춘향은 마루 아래 뚝 떨어져 도련님 다리를 부여잡고, “날 제치고 가면 갔지 살리고는 못 가고 못 가느니.” 말 못하고 기절하니 춘향모 달려들어, “향단아! 찬물 어서 떠 오너라. 차를 달여 약 갈아라. 늙은 어미 어쩌려고 몸을 이리 상하느냐?” 춘향이 정신 차려, “애고 갑갑하여라.” 춘향모 기가 막혀, “여보 도련님, 남의 생떼 같은 자식을 이 지경이 웬일이오? 절곡한 우리 춘향 애통하여 죽게 되면 혈혈단신 이내 신세 누굴 믿고 살란 말이오?” 도련님 어이없어, “이봐 춘향아, 네가 이게 웬일이냐? 나를 영영 안 보려느냐? 하양낙일에 수운이 일어남은 소통국의 모자 이별, 정객관산 노기중의 오희월녀 부부 이별, 편삽수유 소일인은 용산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 무고인은 위성의 붕우 이별, 그런 이별 많다 해도 소식 들을 때가 있고 서로 만날 날이 있었으니, 내가 이제 올라가서 장원급제하고 출신하여 너를 데려갈것이니 울지 말고 잘 있거라. 돌이라도 망두석(무덤 앞에 세운 돌기둥)은 천만년 지나도 광석될 줄은 모르니 나무라도 상사목은 창 밖에 우뚝 서서 일년 춘절 다 지나되 잎이 필 줄 모르며, 병이라도 울화병은 자나깨나 잊지 못하고 죽느니라. 네가 나를 보려거든 서러워 말고 잘 있거라.”
2. 광풍편운
춘향이 할 수 없이, “여보 도련님! 내 손의 술이나 마지막으로 잡수시오. 행찬 없이 가시려면 제가 드리는 찬합 간직하셨다가 숙소 참에서 주무실 때에 저 본 듯이 잡수시오. 향단아! 찬합 술병 내오너라.” 춘향이 한 잔 술 가득 부어 눈물 섞어 드리면서 하는 말이, “한양성 가시는 길에 강가에 늘어선 푸른 나무들은 제 작별의 서러움을 머금었으니 제 정을 생각하시고, 아름다운 시절이 되어 가는 비가 뿌리거든 길 위에 오가는 사람의 가슴에는 수심이 가득 차겠지요, 마렝 오른 채 지치시어 병이 날까 염려되니, 방초무초 저문 날에는 일찍 들어 주무시고 아침날 풍우상에 늦게야 떠나시며, 한 채찍 천리마로 모실 사람 없사오니 부디부디 천금같이 귀하신 몸 조심하여 천천히 걸으시옵소서. 푸른 가로수가 우거져 늘어선 진나라 한양길 같은 길에 평안히 행차하옵시고 일자음신 듣사이다. 조종 편지나 하옵소서.” 도련님 하는 말이, “소식 듣기는 걱정 마라. 요지의 서왕모(고대의 선녀인 서왕모가 주목왕을 만나 요지에서 잔치를 하였음)도 주목왕을 만나려고 한 쌍의 파랑새를 보내어 수천 리 멀고먼 길에 소식을 전하였으며, 한무제 중랑장은 상림원 군부 앞에 일척의 금서를 보냈으니 흰 비둘기와 파랑새가 없을망정 남원인편조차 없을쏘냐. 서러워 말고 잘 있거라.” 말을 타고 하직하니, 춘향이 기가 막혀 하는 말이, “우리 도련님이 가네 가네 하여도 거짓말로 알았더니 말 타고 돌아서니 참말로 가는구나.” 춘향이 마부 불러, “마부야, 내가 문 밖에 나설 수가 없는 터이니 말을 붙들어 잠깐 지체하여라. 도련님께 한 말씀 여쭐란다.” 춘향이 내달아, “여보 도련님! 이제 가시면 언제나 오시려오. 사철 소식 끊어질 절 보내느니 아주 영절, 녹죽, 장송, 백의숙제, 만고 충절, 천산에 조비절, 와경에 인사절, 죽절, 송절, 춘하추동 사시절, 끊어져 단절, 훼절, 도련님은 날 버리고 박절히 가시니 속절없는 이내 정절 독수공방 수절할 때 어느 때나 파절할꼬. 첩의 원정 슬픈 곡절, 주야 생각 미절할 제 부디 소식 돈절 마오.” 대문 밖에 거꾸러져 섬섬한 두 손길로 땅을 꽝꽝 치며, “애고 애고 내 신세야!” ‘애고’ 일성하는 소리, 누른 먼지 휘날리는데 바람은 쏠쏠하고 정기는 빛이 없는데 햇빛은 저물어가네 엎어지며 자빠질 때 시원찮게 갈 양이면 몇날 며칠이 되는지 모를래라. 도련님이 타신 말은 준마가편이 아니냐. 도련님 눈물 떨어뜨리고 훗기약을 당부하고 말을 채쳐 가는 양은 광풍의 조각구름과 같았더라. 이글은 pc통신 김대수 편 춘향전을 참조하였으며 저작권은 이에게 있음을 알립니다.